Texts
기둥들에게 보고, 어리숙한 마음을 두고
김민훈
지난 시간은 저에게 뿌리치지 못한 어떤 감정들과 함께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감정은 형태가 없어서, 처음엔 무엇이라 불러야 할지 몰랐습니다. 때로는 누렇게 때가 타 구겨진 이불 같았고, 때로는 마당 한구석에 피어난 꽃잔디의 분홍 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감정들은 무거운 것들 속에서 입을 떼지 못한, 으스스한 말들처럼 버티고 있었습니다.
잿빛의 석회 반죽을 주무르며, 마른 침목에서 나오는 고동빛의 부스러기들을 쓸어내며, 노을빛의 육중한 소금 돌을 이리저리 나르며, 우윳빛의 밧줄을 꼬면서 생기는 먼지를 닦아내며, 저는 무수히 망설였습니다. 이토록 단단한 것을 만들면서도 왜 매번 어리숙해지는지, 손에 힘을 주면서도 마음은 왜 그토록 흔들리는지 생각했습니다. 조형적이고자 했던 것들이 점차 말을 갖고, 기억을 품고,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조각이기도 했고, 제가 보낸 시간을 수차례 게워내며 뭉근히 되씹는 형식이기도 했습니다.
기둥은 단지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견디고 있음을 믿게 되었습니다. 기둥 위에 살포시 얹힌 것들, 그것에 가치를 두고 생각하곤 했지만, 언젠가부터는 다르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니 모든 것은 기둥이었고, 그 기둥들은 스스로를 간신히 지탱하며 그 자리에 서 있는 존재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누군가를 닮거나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간신히 떠받들며 기립한 감정이었습니다. 더 나아갈 수 없다는 non plus ultra 헤라클레스의 기둥과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기둥은 어떤 존재인가요. 자신이 무엇을 붙들고 있는지도 모른 채 떨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게 저 자신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조각들이 여기 무게를 가지기까지, 수차례 내려앉고 넘어졌습니다. 다시 그것을 일으켜 세우는 동안, 어떤 마음도 함께 기울고 다시 펴지고는 했습니다.
지금은 머무름을 믿습니다. 이 조각들은 어느 것도 끝나지 않았고, 어느 것도 끝나지 않지 않았습니다. 모두 있는 그대로 머물러 있고, 바로 지금도 세계의 어느 한 곳에 색을 발하며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치기어리고 미련해 보일지라도, 그것은 저 또는 누군가의 마음이기도 하였음에 더 이상 부끄럽지 않습니다.
김민훈
지난 시간은 저에게 뿌리치지 못한 어떤 감정들과 함께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감정은 형태가 없어서, 처음엔 무엇이라 불러야 할지 몰랐습니다. 때로는 누렇게 때가 타 구겨진 이불 같았고, 때로는 마당 한구석에 피어난 꽃잔디의 분홍 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감정들은 무거운 것들 속에서 입을 떼지 못한, 으스스한 말들처럼 버티고 있었습니다.
잿빛의 석회 반죽을 주무르며, 마른 침목에서 나오는 고동빛의 부스러기들을 쓸어내며, 노을빛의 육중한 소금 돌을 이리저리 나르며, 우윳빛의 밧줄을 꼬면서 생기는 먼지를 닦아내며, 저는 무수히 망설였습니다. 이토록 단단한 것을 만들면서도 왜 매번 어리숙해지는지, 손에 힘을 주면서도 마음은 왜 그토록 흔들리는지 생각했습니다. 조형적이고자 했던 것들이 점차 말을 갖고, 기억을 품고,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조각이기도 했고, 제가 보낸 시간을 수차례 게워내며 뭉근히 되씹는 형식이기도 했습니다.
기둥은 단지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견디고 있음을 믿게 되었습니다. 기둥 위에 살포시 얹힌 것들, 그것에 가치를 두고 생각하곤 했지만, 언젠가부터는 다르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니 모든 것은 기둥이었고, 그 기둥들은 스스로를 간신히 지탱하며 그 자리에 서 있는 존재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누군가를 닮거나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간신히 떠받들며 기립한 감정이었습니다. 더 나아갈 수 없다는 non plus ultra 헤라클레스의 기둥과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기둥은 어떤 존재인가요. 자신이 무엇을 붙들고 있는지도 모른 채 떨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게 저 자신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조각들이 여기 무게를 가지기까지, 수차례 내려앉고 넘어졌습니다. 다시 그것을 일으켜 세우는 동안, 어떤 마음도 함께 기울고 다시 펴지고는 했습니다.
지금은 머무름을 믿습니다. 이 조각들은 어느 것도 끝나지 않았고, 어느 것도 끝나지 않지 않았습니다. 모두 있는 그대로 머물러 있고, 바로 지금도 세계의 어느 한 곳에 색을 발하며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치기어리고 미련해 보일지라도, 그것은 저 또는 누군가의 마음이기도 하였음에 더 이상 부끄럽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