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update : 2024.12.20.                            mminh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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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치기는 나무를 인간 생활에 길들이는 작업이다. 병든 가지나 생장에 방해되는 가지를 제거하는 것은 나무의 건강에 도움을 주지만, 우리가 보는 국가시스템의 행정편의적인 가지치기는 타성에 젖어버렸네요. 수거조차 제대로 되지 못한 채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나뭇가지들이 눈에 밟히고 말았어, 특히 가로수의 경우, 대우는 더 열악해요. 교통 표지판, 신호등, 전깃줄과 같은 필수 관리 시설이 우선이기 때문에, 나무들은 몸통 줄기만 남긴 채 앙상하게 잘려져 나가곤 해요. 약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서요.

개인전 준비 기간동안 ‘Hello, Strangers’라는 단기 프로젝트(2023.04.~2023.06.)를 진행했다. 평소 산책을 하면서, 눈에 밟혔던 나뭇가지들의 위치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하나씩 작업실로 초대했다. 벌레의 집이 되었거나 버섯이 피어오른 나무는 삶의 터전으로서의 의미를 획득했으니 수집에서 제외했다. 개중에는 잘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분이 가득한 것도 있었고, 바싹 말라 당장 땔감으로 써도 손색없을 것도 있었다.

→ 저기요 낯선 것    Hello, Strang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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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의 무게를 지탱하던 침목들이 역사 근처 공터에 무더기로 버려져 있었다. 철도의 무게라 함은, 곧 인간의 이동 혹은 물자의 이동, 즉 산업혁명과 근대화의 원동력을 위한 무게를 떠받치는 것이지 않나? 나는 이 숭고한 사명을 완수한 사물이 방치되어 있는 것 내심 서운했고, 이것을 위한 (비)기념비를 만들기로 했다.

탈락된 침목으로 초석 면에 목재 기둥을 밀착시키는 ‘그랭이’라는 한국 고유의 건축법을 시도했다. 수평으로 누워 있던 침목은, 그랭이 공법을 통해 수직으로 우뚝 서있다. 사각으로 재단된 침목의 형태적 특성 때문에, 어렵지 않게 비석이 연상된다. 자연스럽게 썩어 없어진 나무의 윗부분과 갈라진 나무의 틈은 금석문(金石文, 돌이나 나무 따위에 새겨진 글)처럼 나무의 역사를 기록해 냈다.

수평성에서 수직성으로의 변화는, 상황과 존재 방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동세를 변화시키며 새로운 존재 방식을 도모할 때, 더 논리적이고 물질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그랭이 기법을 사용했다. 기둥이 돌을 받치고, 돌이 나무를 받치는 시지각 경험으로, 직립의 수직성은 강조된다. 그러고 나니 그것이 나를 본다.

→ 저기요 자고 있는 것    Hey, Sleepers


4
땅 위로 커다랗고 웅장하게 솟은 무엇. 각고의 노력으로 세워졌으므로 의심의 여지없이 공동체의 염원이 담긴 것. 기념비라는 대상이 현대에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의미를 획득하지 못하더라도, 성스러움은 잃지 않은 듯하다. 자연과 맞닿은 영적 문명이기 때문이다. 이 신화는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역사일 수 있으나, 수직적인 것에 대한 숭배라는 본능적 감각으로 각인되어 여전히 작용하는 것 같다. 마천루가 끊임없이 높아지는 것처럼. 조약돌을 쌓아 소원을 빌었던 유년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내가 생활하며 나오는 것들로 탑을 쌓고, 그 위를 시멘트로 덮었다. 이것은 지금 나(혹은 우리)를 지탱하고 있는 기둥이다.


저기요 당신 — 새발    Hey, There — Birdfe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