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update : 2025.01.29.                            mminh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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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오는 가을밤 이후

          백필균


보는 것과 보내는 것 사이 ‘내’가 있기에 당신의 등을 보다가 글을 보낸다. 이곳은 흙과 밧줄과 소금이 지금에 이르는 사연을 추적하는 길목이다. 세운돌의 그림자가 너설에 길게 드리운다. 너설의 주인은 새끼줄 옷을 입는다. 갈비뼈 아래 길 잃은 형제를 품은 몸통은 소년에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고 그 존재만 남은 나뭇등걸, 가장 큰 자유로서 당신이 쉬어갈 터가 되고 싶다.

팔 없는 몸 여럿이 양팔 간격 앞뒤 양옆으로 나란히 늘어선다. 지난밤 바람길을 서성이는 걸음으로 돌밭에 다다르면 피어나는 물음. 비 오는 가을밤 이후 세운돌 일곱과 서신 다섯과 소금조각 넷과 밧줄기둥 둘과 밑동 하나는 손님을 맞이한다.

일곱 세운돌에 머무는 기억은 묵언하는 중이다. 붉은 광야가 죽음의 징후를 속삭이는 나날에 기다리는 색과 마주하는 색은 저마다 우애가 깊다. 오른쪽 앞 세운돌이 선두에 서면, 대각선 축으로 세운돌과 바람춤 배열은 대칭하고, 들몰까지 한걸음이다.

           오른쪽 , 오줌보 많은 숨이 그립다.
           가운데 , 구름 가리개 광장에 기울어진 벽을 동경한다.
           왼쪽 , 여명 기억 고층집 모기장 너머 새벽하늘 아래 바람과 인사한다.
           오른쪽 가운데, 불의 협곡 붉은 광야에 물든다.
           가운데 가운데, 들국화식 배열 꽃술에 남긴 어린 날을 돌본다.
           오른쪽 , 잡초 투쟁 풀들의 돌림노래를 이어 부른다.
           왼쪽 , 모래 손바닥 연인의 살을 떠올리며 계단에서 내려온다.

밧줄이 포박하는 기억은 잃어버린 의문을 건진다. 웅장한 사랑은 어디서 자라나요. 투명기둥에 희망이 버섯이다.

           왼쪽 가운데, 가르마 단정하다.
           가운데 , 공중 호랑이를 피하는 길로, 모든 이의 연구 대상이다.

바다 신의 이름을 붙인 소금의 각진 정수리에 서리가 맺힌다. 그는 매일 갱신하지 않는 계약으로 세계를 측정한다. 빗소리 울리는 회랑에 소년은 소금의 서리를 닦아보인다. 소금을 방주라 부르는 결심으로 빚어간다.

다가오는 연인은 잊어가는 원인이다. 헛소리다. 정돈된 그 무엇도 떠받지 않는 기둥은 나무와 사람이 나누는 몸통을 약속한다. 그러나 여기 밑동이 내게 허락된 몫이다.